농촌의 고인 물, 귀농인이 정제해야
농촌의 고인 물, 귀농인이 정제해야
  • 최인식 기자
  • 승인 2015.07.27 1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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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도시와 농촌에는 귀농·귀촌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지난해 도시에서 농촌으로 발길을 옮긴 인구는 무려 4만 4586가구로 그중 농촌에서 실질적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 귀농인구는 1만 1144가구다.

많은 사람들이 도시의 직업을 버리고 농업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인 것이다. 이는 도시민들의 농업에 대한 인식이 그만큼 개선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이상 농업이 천대 받는 직업이 아니며 도시의 웬만한 직업들보다 해볼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증거다.

오랫동안 만들어 놓은 생활권을 버리고 낯선 장소에서 처음 보는 이들과 함께 삶의 터전을 다시 일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귀농인은 많은 시간과 비용, 노력을 쏟아 부어야 한다는 것을 간과하고 마냥 쉽고 즐거운 영화 같은 생활만을 기대하며 농촌에 들어오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귀농을 하는 사람들은 다들 제각각 다른 이유를 가지고 농촌으로 유입된다. 이유야 어찌됐건 지역사회라는 공동체에 융화되기 위해서는 개인이 변화하는 수밖에 없다.

귀농인은 지역민과 어울리기 위해 보다 겸손한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농촌은 도시에 비해 사회간접자본 도입이 늦었기 때문에 지금 나 있는 길들은 사실 지역민들이 서로 자기 땅 쪼개가며 구축해 놓은 인프라다. 귀농인들이 흔히 하는 실수가 내 땅, 내 돈 주고 샀다는 논리로 울타리 안에서 스스로를 가둬두는 일이다. 도시의 폐쇄된 방식을 버리고 보다 개방된 자세로 지역 행사에 참여해야 한다.

또한 지역민들도 태도를 바꿔야 한다. 귀농인들을 반갑게 맞아주는 지역도 있지만 흔히 ‘텃세 부린다’는 사례도 심심찮게 들린다. 단순히 귀농인은 외지인이라는 것부터 시작해서 자기들한테 돌아올 농업 지원 예산이 귀농인들에게 가버린다는 근시안적인 시선도 있다.

농촌의 가장 큰 문제점을 고르라고 하면 누구나 고령화를 일순위로 꼽는다. 정부에서 이의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 귀농인을 유입하는 것이다.

생활해온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지역민은 농사일에 특화돼 있듯이 귀농인은 지역민이 가지고 있지 못한 특기를 가지고 들어온다. 일례로 간단하게는 컴퓨터를 잘 다루는 능력으로 마을에서 필요한 행정작업을 쉽게 할 수 있고 농한기를 이용해 건축, 설계, 용접 등 필요한 기술들을 가르쳐주는 훌륭한 강사로서도 활동이 가능하다.

특히 도시에 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생산만이 농업이 정답이 아닌 이 시대에 가공, 유통 등 새로운 소득향상의 길을 열어줄 수 있다. 투자금 회수를 위해 악작같이 노력하며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에 망설이지 않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다.

모쪼록 귀농인이 정체된 농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게 서로 겸손하고 포용적인 자세를 발휘해 창조적 변화를 이끌 낼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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