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고소한 ‘국산’ 헤이즐넛 맛보세요
내년부터 고소한 ‘국산’ 헤이즐넛 맛보세요
  • 김명희 기자
  • 승인 2016.11.07 12: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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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에서 헤이즐넛 재배하는 김영수 씨

고소한 맛의 견과류 헤이즐넛. 한국에는 헤이즐넛 커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헤이즐넛 대부분은 수입산. 산에 나는 헤이즐넛 열매를 먹던 추억을 가진 사람이 많지만, 최근까지 본격적으로 재배하는 농가는 없다시피 했다.

옛날 산에서 먹던 맛 개암, 이제 본격 생산 준비

헤이즐넛이라고 하면 외국의 땅콩이나 호두 같은 것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한국에서도 오래전부터 헤이즐넛을 먹어왔다. 개암이 바로 헤이즐넛이다. 밤과 도토리의 중간쯤 되는 모양으로 예전에는 제사상에 밤 대신 올리기도 했다.

헤이즐넛은 과자나 아이스크림 재료로 넣어 향을 좋게 한다. 이탈리아에서는 헤이즐넛으로 술을 만들기도 한다. 헤이즐넛의 향을 첨가한 커피는 오래전 터 유명했고 최근에는 건강 건과류로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각종 아미노산과 비타민을 함유한 건강식품이기도 하다. 지방 함량은 60%정도 단백질은 13~19%정도가 포함돼 있다 지방은 올레산이 77%, 리놀레산이 12%다. 한국에서는 약제로도 많이 썼는데 식욕을 돋워주고 시력을 좋게 하며, 소화를 도와주고 피로를 풀어준다고 한다.

헤이즐넛은 크게 서양종과 동양종으로 나눌 수 있다. 보통 외국에서 헤이즐넛이라고 하면 서양 개암나무를 말한다. 서양종은 키가 크고 그만큼 열매가 많이 열리나 동양종은 나무는 크지 않고 열매의 지방함량이 높다.

국내에서는 외국에서 개량된 품종을 들여와 조금씩 농사를 짓는 곳은 있었으나 생산량이 적어 국내 시장에는 그리 풀리지 않았다. 이제 본격적으로 헤이즐넛 농사를 시작한 곳이 있었으니 고창군 헤이즐넛연구회다.

헤이즐넛은 식욕을 돋워주고 시력을 좋게 하며, 소화를 도와주고 피로를 풀어주는 효능이 있다.

외국 수입 헤이즐넛보다 경쟁력 있다 판단해 추진

고창군에서 시작한 이 연구회는 전국에서 회원을 받아 강원도에서 제주도까지 70여 명의 회원을 두고 20ha의 규모를 가지고 있다.

묘목을 심고 몇 년간 키워 지금까지 소량 수확했으나 내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한다. 판매는 회원 중 유통망을 가지고 있는 베리팜에서 담당하기로 했다.

“헤이즐넛은 생과로는 수입되지 않습니다. 헤이즐넛은 기름이 많고 수입하는 동안 시간이 걸리다 보니 기름에 찌든 냄새가 나요. 마트에서 판매되는 가격도 싼 편이 아니라 충분히 경쟁력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연구회에서 기술고문을 맡고 있는 김영수 씨는 블루베리 이후 새로운 소득작물을 찾던 중 헤이즐넛에 주목했다. 예전에 농업인상담소 소장으로 일하며 고창에 블루베리를 처음 도입하게 했을 때처럼, 시장이 형성되는 초기에 선제적인 작물도입을 해야 농업소득을 올릴 수 있다 말한다.

이미 시장에 판로가 있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작물로는 경쟁이 심해 소득을 올리기 힘들다는게 이유다.

◀수확한 헤이즐넛은 밀폐된 공간에 보관해야 한다.
▲헤이즐넛 11개 품종을 20주씩 심어, 품종별 재배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

“시장을 개척해야지 돈이 돼요.”

헤이즐넛을 차세대 소득작물로 택한 이유는 고창의 환경에도 맞고 가격이 낮은 편도 아니며 익숙한 맛이란 점도 있다. “헤이즐넛은 나이든 사람도 어릴 때 먹어본 맛을 기억하고 있고 편의점에서잘 나가는 커피가 헤이즐넛 커피란 점 이유 등으로 시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헤이즐넛을 생산해 생과와 가공품을 만들겠지만, 핵심은 기름입니다. 헤이즐넛 기름은 특급 기름이고, 선크림은 헤이즐넛 기름으로 만든다 해요. 피부에 바르면 5~10분이면 흡수돼 뽀송뽀송해지죠. 연구회 회원들이 충분한 양의 헤이즐넛을 생산하면 화장품 회사와도 기술 및 판매 제휴를 할 예정입니다.”

국내에 맞는 재배 매뉴얼 제작 중 헤이즐넛 묘목은 국제원예종묘㈜를 통해 다양한 품종을 확보할 수 있으나 한국의 자연환경에 맞는 헤이즐넛 자료는 불충분하다. “헤이즐넛을 키우려고 해도 자료가 없더군요. 몇 년간 포장에서 키우면서 책을 쓰고 있습니다. 오래전 농진청에서 헤이즐넛이 잠깐 연구된 적이 있으나, 그 뒤 여러 가지 일로 흐지부지되며 자료가 소실됐어요.”

헤이즐넛은 병충해에 강해 재배는 쉬운 편이다. 심은 지 7~10년부터 최대 수량이 나오기 시작한다고 한다. 약을 치지 않아도 자라는 데엔 문제가 없지만, 밤바구미가 과일을 가해하기에 이를 막기 위한 약제가 필수고 고라니와 멧돼지도 조심해야 한다.

“다른 재배농민과 같이 자비를 들여 중국 헤이즐넛 농장과 시장을 방문했습니다. 몇 곳의 농장에서 재배방법과 수확방법을 봤고 시장 상황도 봤어요. 5~6년생은 주당 5kg, 10~12년생은 10kg 정도 수확하고 최대 15kg 정도라 경쟁력이 높다는 것도 확인했죠.”

김영수 씨의 농장 한편에는 국제원예종묘㈜에서 사온 다양한 헤이즐넛 품종 11종이 각 20주씩 심겨 고창 환경에 맞는지 테스트 되고 있다. 해마다 어떻게 크는지, 병충해는 어떤지 데이터를 수집해 재배 매뉴얼을 위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전국 헤이즐넛 농장 연합으로 경쟁력 높여

고창헤이즐넛연구회는 고창이란 이름을 달고 있지만 강원도에서 제주까지 전국 규모의 연구회다. 원래 고창에서 시작했으나 다른 지역에서 문의가 계속 들어와 전국의 헤이즐넛 농가에 문을 열기로 결정했다.

고창헤이즐넛연구회의 이름만을 듣고 연락이 오는 곳이 있을 정도다. 헤이즐넛을 키우는 농가는 생각보다 많지만, 혼자서 키우면 판로도 문제가 있고 재배 방법 정보 교류도 힘든 농민들이 많기에 협력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라고 한다.

“서로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흩어져 있으면 각개격파 당할 수밖에 없죠.”

최근 수익을 높이는 농가들의 공통점은 독자적 판로를 확보한 것이다. 혼자서 판매루트를 개척할 수도 있지만 고창헤이즐넛연구회처럼 협력이 방법이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하는 헤이즐넛연구회의 활동으로 이젠 마트에서 국산 헤이즐넛을 쉽게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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