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귀농인 최경숙 씨 “귀농인에게 블로그는 ‘명함’”
예산 귀농인 최경숙 씨 “귀농인에게 블로그는 ‘명함’”
  • 이나래
  • 승인 2015.08.1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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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인 스스로 즐거워야 성공한 귀농”

최경숙 씨가 주작목인 고사리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본격적인 오미자 수확철을 앞두고 충남 예산의 한 농가가 올해 오미자 첫 수확을 앞두고 있다. 예산의 전통적인 주력 품목은 사과. 요즘 들어 블루베리 농가도 늘었다고 하지만 많은 이들이 ‘예산’ 하면 사과를 떠올린다. 이런 예산에서 오미자를 2000주 이상 식재해 수확을 기다리는 농가는 바로 예산군 차동리에 소재한 최경숙(51), 장형재(53) 씨 부부의 농가다.

이 농가는 2011년 본격 귀농 후 블로그(블로그명 ‘천지수향’)를 운영하며 직접 기른 작물을 판매한다. 특히 최경숙 씨는 영농일지 형태로 틈틈이 농가 소식을 게재해 소비자들과 소통한다. 이에 최 씨는 지난 해‘ 제7회 충남사이버농업인 정보화 대회’에서 블로그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천지수향’의 최경숙 씨를 <농업정보신문>이 인터뷰했다.

 

■ 사과가 주작목인 예산에서 오미자를 대량 재배하게 된 계기는?

최경숙 씨 : 예산은 산지가 많아 기온차가 크고 일조량이 많지 않다. 이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 낮이 짧고 밤이 길다고 볼 수 있는데, 지난 해 시험 삼아 오미자를 식재했다가 가뭄 때문에 망쳤다. 그래서 장소를 바꿔 다른 곳에 2000주 넘게 심었는데, 현재 전체의 3분의 2 이상 성공해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본래 우리 농가 주력 품목은 고사리인데, 고사리는 6월이면 수확이 끝나기 때문에, 고사리에 이어 수확할 수 있는 품목으로 오미자를 택했다.

 

■ 주요 재배(판매) 작목과 규모는?

최경숙 씨 : 고사리(3305㎡), 배(60여 주), 그리고 오미자(2000주 이상)가 현재 주요 작목이다. 취나물, 곤드레 등 산채류를 다양하게 재배하고 있고, 배는 맛은 좋지만 모양이 투박해 배즙을 내서 판매한다. 귀농 초기에는 슈퍼에서 사먹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다양한 채소류를 이것저것 다 심었는데, 너무 다양한 품목을 소규모로 재배하다 보니 팔기가 애매해 품목을 줄여 집중했다.

 

■ 영농 블로그 ‘천지수향’을 운영하고 있다. 블로그를 운영하게 된 계기는?

최경숙 씨 : 예산군청 홈페이지에 접속했다가 우연히 하단에서 예산군농업기술센터 배너를 보게 된 게 인연이 됐다. 막상 들어가보니 각종 농업 관련 교육이나 강좌가 다양하게 실시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블로그 교육을 신청해 수강했다. 난 원래 컴맹이었다. 하지만 정보화 교육을 꾸준히 받으면서 2013년에 블로그를 개설했고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천지수향’이란 이름도 블로그 닉네임을 짓기 위해 만든 이름이다. 우리 귀농인에게 블로그는 명함과 같다. 명함 한 장으로 내가 누군지를 알려주기는 힘들지만, 블로그 주소를 알려주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 잘 알 수 있지 않나.

 

■‘ 2014년 충남사이버농업인 정보화대회’에서 블로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그 비결은?

최경숙 씨 : 사실 농사짓는 사람에게 한가한 시간이란 없다. 귀농인이 블로그를 운영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성실’이다. 한창 밭일하다 보면 바빠서 사진 찍을 새도 없다. 그러면 그냥 잘 안 나온 사진이라도 블로그에 올린다. 그런 꾸준함이 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일으킨 것 같다(현재 천지수향 블로그 누적 방문자 수는 60만 명을 돌파했다).

 

'천지수향'의 오미자가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다.

■ 예산으로 귀농하게 된 계기는?

최경숙 씨 : 본래 예산에는 아무 연고도 없었다. 나는 서울 성북동 토박이다. 인천으로 시집가 그곳에서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다가, 시골이 좋아 귀농하게 됐다. 땅만 2년을 보러 다녔다. 강원도를 알아보다가, ‘강원도는 겨울만 6개월’이란 말을 듣고 차마 엄두가 안나 이쪽(예산)까지 알아보게 됐다. 전국에 ‘10승지’로 알려진 곳이 있는데 이웃한 공주 유구읍이 그 중 한 곳이다. 하지만 유구와는 인연이 닿지 않아, 유구읍과 산 하나를 사이에 둔 예산 땅에 자리잡게 됐다.

 

본래 뭐든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본다는 최경숙 씨. 비록 귀농 초기에 좌충우돌하긴 했지만 군 농업기술센터 등을 찾아다니며 도움이 될 만한 자료나 강의를 적극 활용한 것이 귀농생활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한다. 귀농의 성공 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귀농인 스스로 즐길 수 있다면 그것도 나름의 성공이 아니겠느냐고 최경숙 씨는 말한다. 최 씨는 “먼저 제가 즐겁고, 제가 먹을 수 있는 걸 제 이웃과 나눌 수 있으니 저는 행복한 귀농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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